신경치료, 한번에 끝나지 않는 이유
안녕하세요,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지구 오후의 치과 대표원장 이학현입니다.
치과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 중 하나는 아마 "신경치료가 필요해요"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죽하면 환자분들이 진료실에 들어오시며 "제발 신경치료만은 아니라고 해주세요" 하시는 경우도 있지요.
그만큼 신경치료는 환자분들에게 부담이 큰 치료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더 흔히 받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친구는 신경치료 한 번에 끝났다던데 저는 왜 여러 번 와야 하나요?" "전에 다른 치과에선 한 번에 끝내고 본 떴는데, 여기는 왜 그렇게 안 해주세요?"
이런 질문이 충분히 나올 만 합니다.
힘들고 무서운 치료니까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 저도 환자 입장이었다면 똑같이 묻고 싶을 겁니다.
오늘은 신경치료를 한 번에 끝내기 어려운 이유, 그리고 그럼에도 한 번에 끝내는 케이스는 어떤 경우인지 논문 데이터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신경치료(근관치료, root canal treatment)의 본질은 단순합니다.
감염된 치수조직을 깨끗하게 비우고 그 빈 공간을 빈틈없이 채워 봉쇄하는 것.
말은 간단하지만, 이게 한 번 진료로 끝나기 어려운 이유는 치아 내부 구조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신경관(root canal)을 빨대처럼 곧은 통로로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곡선으로 휘어 있고 좁아졌다 넓어졌다 변화하며 측방에 작은 가지(accessory canals)가 뻗어 있고 위치와 개수가 사람마다, 치아마다 다릅니다

신경치료에 사용하는 기구는 이런 복잡한 공간을 한 번에 완벽히 청소할 수 없습니다.
물리적인 기구질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여기에 화학적인 소독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완해야 합니다.
이 화학적 소독이 효과를 보이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번에 끝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지요.
특히 골치 아픈 케이스가 있습니다. 오후의치과에 내원하시는 환자분들에게서도 종종 관찰이 되는 신경관인데요.
하악 제2대구치(#37, #47)에서 특히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게서 자주 관찰되는 C자 모양의 신경관입니다.

C-shape canal 단면 — 알파벳 C 형태
신경관 사이가 좁고 길게 커튼처럼 이어져 있는데, 이런 구조에서는 일반적인 기구로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반드시 생깁니다.
이런 부위에 남아있는 잔여 조직과 세균은 시간차를 둔 반복 소독으로만 제거할 수 있습니다.
C-shape canal 케이스에서 빠른 치료만 고집하면 장기적으로 재감염 위험이 매우 높아집니다.
신경치료가 늦어져 뿌리 끝에 농양(periapical abscess)이 생긴 상태라면 치료는 더 길어집니다.
뿌리 끝의 염증 조직을 신경치료만으로 한 번에 제거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근관 내 소독제(수산화칼슘 등)를 채워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교환하며 치유를 유도해야 합니다.
증상이 조금 나아졌다고 급하게 마무리하면 농양이 그대로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도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경우는?
물론 단일 진료(single visit)로 신경치료를 끝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건이 맞을 때입니다.
신경관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치아 , 뿌리 끝에 큰 염증이 없는 경우 등입니다.
이 조건이 갖춰진 케이스에 한해서는 1회 신경치료도 다회 신경치료와 비교해 큰 차이 없는 성공률이 나옵니다 (Manfredi et al., Cochrane Review, 2016).
문제는 모든 케이스를 1회로 억지로 끝내는 것입니다.
복잡한 구조나 염증이 있는 케이스를 빠르게만 끝내려고 하면 장기적인 실패율이 크게 올라갑니다.
저희 오후의 치과에서 권장하는 일반적인 기준입니다.
*일반적인 경우: 3~4회 *뿌리 끝 염증 있는 경우: 3~5회 (경과에 따라 더 길어질 수 있음)
이 정도면 화학적 소독을 충분히 진행하면서도 치료 기간이 과도하게 길어지지 않게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신경치료를 한 번에 끝내달라는 요청을 받지 못한다 해도 너무 서운해 마세요.
치과의사가 "여러 번 와야 한다"고 말씀드린다면 그건 환자분의 치아를 가능한 오래 쓰게 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한 번 만에 끝낸 후 몇 년 뒤 재치료나 발치로 이어지는 것보다, 처음에 시간을 들여 제대로 치료한 다음 10년, 20년 잘 쓰는 게 훨씬 좋은 결과입니다.
저희도 환자분이 가능한 덜 힘들게 받으실 수 있도록 마취·소독·시간 안배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